“뭐야내가 안 나왔잖아?

“위치를 잘 맞춰야지요?

“왼쪽으로 조금만 더 가 봐!

“아빠가 움직이면 한 사람만 움직이면 되는데 왜 모두를 움직이게 해요?

“중심이 있잖아중심은 흔들리지 말아야지?

“좀 뒤로 더 빼세요그리고 너무 아래를 보고 있어요”

“어그러네올리니까 사람들이 제대로 나온다”

“아이 참아빠는 한 두 번도 아닌데~

“그러게!

 

“앞으로 몇 번 더 찍어야 해요?

“이제 시작인데?

“다리가 아파요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아서 힘들어요”

“그래도 일년 내내 보는 것이니까 좀 참아!

“맨날 끝났다고 하면서 계속 한번 더 한번 더 하시잖아요?

“잘 나와야 할 꺼 아냐?

 

“나중에 결혼해도 이거 해야 돼요?

“당연하지~

 

일년을 마무리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 사진 찍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명절 말고도 한복을 입어야 하는 특별한 날입니다.

김장하듯이 한 해를 마무리 하기 전에 반드시 가족 사진을 찍습니다.

그것이 사진관에 가서 폼 잡고 찍는 것이 아니라 거실에서 자동 카메라 눌러놓고 얼른 자리잡고 찍는 수제(?) 사진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면서 찍는 회수가 그나마 줄어든 것이 다행입니다.

예전에 필름 카메라로 찍을 때는 필름 다 쓸 때까지 찍어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예년과 달리 아침 일찍 찍어야 했습니다.

모두 모여서 찍을 수 있는 시간이 그 때가 가장 좋았기 때문입니다.

 

은지가 얼굴 부은 채로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앙탈입니다.

그럼 좀 일찍 일어나면 된다고 다그쳤지만 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생각대로 안 된답니다.

결국은 고양이 세수만 하고 사진기 앞에 서야 했습니다.

전날까지 몸이 안 좋다고 힘들어하던 아내도 다행히 원기를 회복하였습니다.

언제나 가장 씽씽한 병은이만 일찌감치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여라 모여라 다그침 없이 그나마 쉽게 모여지는 행사(?)입니다.

실로 아이들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가족사진 찍기는 수많은 해를 거치면서 숙달된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무 불평 없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을 합니다.

한 장 한 장 늘어가는 가족 사진을 보면서 기쁨과 애환이 가득해집니다.

 

올해는 특별히 한복의 교체가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아주 저렴하게 한복을 한 벌 샀기 때문입니다.

매번 똑 같은 한복에 불평을 하던 은지가 금년에는 아무 소리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만 한복이 바뀌었습니다.

점점 생활한복이란 명목으로 간편하기는 한데 웬지 어색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한복은 전통 한복을 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만 제대로 된 한복을 입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아름답게 시작하라

 

시작부터 '아름다움'속에서 시작하라.

아름답게 시작하는 것이 바로 수련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아름답게 변해가는 것은

다른 수많은 기술을 얻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지이다.

찰나의 순간 속에서도 삶에 힘을 불어넣는 일이 발생한다

 

리사 카파로(소마 지성을 깨워라)중에서 -

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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