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먼저다

모닝레터 2015. 5. 27. 13:27

“뭐야안 줄었는데?

“이거 빼면 줄어요”

“뭘 빼?
“지갑이요”

“얼마나 된다구?

“줄잖아요?

“그러네?

“아주 민감해요”

“나도!

“물 드셨어요?
“응!

“물이 꽤 무게나 나가요”

 

병은이는 뭔가를 시작하면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잘합니다.

언젠가부터 몸무게를 줄이겠다고 아파트 웨이팅 센터에 매일 출근(?)합니다.

덩달아 몇 번 따라가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천변에서 달리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헉헉대며 기계가 움직여주는 벨트 위를 달리는 것이 웬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가오나 눈이 오나 달릴 수 있다’며 멀리 나가는 것을 꺼려 합니다.

하긴 어디서 하나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열심히 달려 땀도 제법 흘렀는데 몸무게가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한번 달린다고 몸무게가 확 줄어도 문제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줄어들어 가벼워진 느낌을 갖는 것이 기분은 좋습니다.

계체량기에 올라서면서 신발도 벗습니다.

가벼운 바람막이까지 벗어버립니다.

행여 조금이라도 무게가 더 나갈까 봐 그렇습니다.

출입카드만 든 지갑이 얼마나 나간다고 전부 꺼내 놓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빼니까 제법 줄어듭니다.

참 신기합니다.

게다가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면 바로 늘어납니다.

열심히 달리고 웨이팅으로 땀으로 뺐는데 별로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병은이가 몸무게를 줄이겠다며 매일 운동을 하는 자체가 좋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목욕탕 들어가는 것보다 좋습니다.

자기 몸무게 줄어든 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과 친한 아빠가 되어 갑니다.

매일은 아니어도 병은이의 목표 달성에 도달할 때까지 은근슬쩍 함께 하렵니다.

병은이도 싫어 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아내가 제일 좋아합니다.

 

목표가 먼저다

 

목표의 설정이 없다면 길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길은 목표를 필요로 한다.

일상에서 그렇듯이 사막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통해서만 길은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나는 길가에서 만나는

수천 가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들을 더욱 잘 구분할 수 있다.

 

아킬 모저의《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중에서 -

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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