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갔네?”
“좋은 시간 아녔어요”
“그래도 좋았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을 꺼 아냐?”
“모르겠어요, 정신 없이 지나간 거 같아요”
“이번 여름 방학 중에는 언제가 가장 좋았어?”
“답정너잖아요?”
“답정너?”
“’답은 정해졌고 너는 말만 해!’ 하는 거요”
“그런 게 있어?”
“요즘 그런 말이 얼마나 유행인데요?”
“초딩이들이?”
“아뇨~ 젊은 애들한테요”
“나도 젊은데?”
“아빤 아니잖아요?”
“야! 그 말 하나 모른다고 혹을 붙여?”
“ㅎㅎ”
은지의 처음 맞은 여름방학이 끝났습니다.
아직도 뭔가를 정신 없이 마무리하고 있는 은지를 놀렸습니다.
‘인터넷이 잘 안 잡힌다’고 거실에서 이곳 저곳으로 안테나 잡듯이 노트북을 들고 돌아 다닙니다.
마치 연평 해전에서 TV 안테나 들고 갑판 위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연수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에서 인터넷이 불안정한 가 봅니다.
그나마 저녁 식사시간만큼은 한 자리에 모여집니다.
정신 없던 1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이 될 때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서 여행을 한다거나 하는 프로그램도 없이 완전히 ‘쉰다’는 모드(?)로 뒹굴기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여행을 주관하면서도 ‘수업 중에 나온 곳들을 방문하고 싶다’ 해서 그리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빠로서 숙제를 해준 것 같아 자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떤 시간이 가장 즐거웠느냐?’고 물었을 때만 해도 ‘충분히 쉰 거요’할 줄 알았습니다.
은근히 ‘온 가족이 함께 했던 여행’이란 말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답정너’로 더 이상의 말을 막아버립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의 유행어’란 말로 한방 더 먹입니다.
옆에서 아내가 재미 있는지 깔깔대며 웃습니다.
밥 한 그릇 뚝닥 해치운 병은이는 조용히 일어납니다.
시시한 이야기 속에 끌어당겨질까 봐 피하는 것 같습니다.*^-^*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은 제가 없으면 웃음 꽃이 별로일 것 같습니다.
한마디 하면 그 때부터 말꼬리가 물려서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됩니다.
그런데 항상 결말은 제가 코너에 몰리는 것입니다.
웬지 좌충우돌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기만 합니다.
매일매일 떠나는 여행
어쩌면 여행을 떠나는 가장 편리하고 쉬운 방법은
당신이 출근하거나 퇴근하는 때일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이 오늘도 집을 나서서 일터로 가는 동안
매일매일 다른 여행을 했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휴대전화보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 당신이기를.
- 변 종모의《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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