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떠와야지~”
“더 줘요?”
“그럼! 아직 멀었어~”
“엥~ 힘든데!”
“힘들지 않은 게 어딨어?”
“다 준 거 아녜요?”
“흠뻑 줘야 돼!”
“얼마큼요?”
“아직 열 번은 더 떠와야 할 껄?”
“열 번이요?”
“왜? 하기 싫어?”
“누나는요?”
“누나랑 같이 가!”
“너는 왜 나를 끌어 들여?”
병은이나 은지나 싫은 척 하면서도 순순히 발을 뗍니다.
주말 농장에 배추가 실하게 컸습니다.
엄청 신기합니다.
그냥 모종만 옮겨 심었는데 언제 그런 때가 있었느냐?는 듯이 부쩍 자라 있습니다.
많이 가물어서 인지 씨앗으로 뿌린 곳은 아직도 비실비실(?)합니다.
아무래도 물을 흠뻑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도가도 있습니다.
자기 이름이 안 써 있다고 토라진 모습을 보이던 은지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푯말에 병은이 이름이 쓰여져 있습니다.
봄에 푯말을 본 은지가 ‘병은이 밭이니까 병은이가 전부 농사 지으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병은이도 귀찮아 하는 눈치입니다.
결국 그 동안은 아내와 둘이서만 다녔습니다.
수확한 상추도 아이들은 잘 먹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이 수확해도 문제입니다.
빨리 소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먹어대도 줄지를 않습니다.
아파트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까지 했지만 완전 소비하기 전에 또 다른 수확이 넘치고 맙니다.
수확할 때의 즐거움도, 모자라야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팔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한꺼번에 전부 먹어 치울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이 열심히 농사해서 자식들 나누어 주는 이유를 조금은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김장은 직접 농사지은 [배추]로 담그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무리 없이 포기가 잘 안을 것 같습니다.
[갓] 씨앗도 뿌렸습니다.
[청경채]는 이미 가을 수확으로 여러 번 식탁에 올랐습니다.
임대료보다 훨씬 비싸게 값을 치른 채소들입니다.
그래도 뿌리고 심는 기쁨과 수확의 기쁨의 가치가 능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은지랑 병은이가 스스로 텃밭을 가꾸게 될 것을 지금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불현듯 나이가 든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은 비료는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진딧물 농약은 언제 주는 것이 좋은지~
궁금한 것이 참 많은데 여쭙고 싶은 엄마가 안 계십니다.
풀잎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 이 철수 판화집,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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