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이 진짜 괜찮아?”
“뭐든지 받아 들이기만 하면 집중하는 애니까 문제 없을 꺼 예요”
“그 받아들이는 게 한정되어 있잖아?”
“그렇기는 해도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도 꾸준히 하잖아요?”
“지금도 연예 프로그램 보고 있다니까~”
“보지 말란다고 안보는 거 아니잖아요?”
“그럼 그게 이 다음에 무엇에 쓰이지?”
“그건 모르지요”
“휴학 중에 뭔가 해야 되는 거 아냐?”
“영어 학원 다니잖아요?”
“그건 제대로 하는 거야?”
“빠지지 않고 다녀요”
“학교 다닐 때도 빠지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그게 성실한 거 아닐까요?”
“하긴~”
사실 그렇다고 뭐 하라고 다그칠 것도 없습니다.
작은 일 하나도 맡은 일에는 꾸준함이 돋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공부보다도 정작 필요한 것은 밖에 나가 노는 것입니다.
병은이는 귀 수술하고부터는 친구랑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수술이 아물려면 조용하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잘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수술 전만 하더라도 다소 거칠게 활동하던 아이였습니다.
수술 부위가 아물기 전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아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사춘기가 바로 따라 붙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혼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교회나 학교에서의 수련회는 빠지지 않고 다니며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친구가 집에 놀러 오지도 않고 놀러 가지도 않습니다.
‘친구가 있냐?’고 물으면 ‘있다’고 합니다.
대화의 끝입니다.
어느덧 사춘기도 끝나고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시험 볼 때는 나름 책과 씨름합니다.
‘학교 공부 재미 있냐?’고 물으면 ‘재미 없어요’란 대답이 전부입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답변을 합니다.
질문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소화가 안 됩니다.
멈칫 하다가 이내 병은이 방을 벗어납니다.
한쪽 귀 밖에 없는데 항상 리시버가 꽂혀있습니다.
병원에서조차 한쪽 귀만 너무 사용하면 그 귀도 망가질 수 있다고 주의를 주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열심히 보고 듣고 하는데 혼자서만 합니다.
은지랑 성격을 반반씩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은지랑 데이트 하듯이 가끔 외식 다니기도 합니다.
은지가 누나로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진짜 아쉬운 것은 병은이 동생이 없다는 것입니다.*^-^*
알면 지극히 정상, 모르면 심각한 증상
(전략)
아이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해 보니,
몇 주 전에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겨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 갑자기
‘공부는 왜 해야 할까?
내가 공부를 해서 얻는 최종 결과는 뭐지?
내가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면 그것으로 끝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너무 걷잡을 수 없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공부는 물론이요 사는 것 까지도 의미가 없어지더랍니다.
그래서 며칠 공부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엄마가 그 광경을 보고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고 단정 지었던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그저 단순한 우울감에 해당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울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인데 심각한 우울증으로 단정 짓고 약물처방을 비롯하여 온갖 처치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1년을 통틀어 보면 날씨는 맑을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고 비올 때도 있고 바람이 불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태풍이 불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바람이야 늘 맑은 날만 계속 되었으면 좋겠지만 맑은 날만 계속 되면 식물이 죽고 동물이 죽고 우리의 생존도 위협을 받습니다.
(후략)
- 이 병준 대표(파란 Re-bor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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